TEST003: FROST KIDS
Prologue.
[ 서리증후군(Frost Syndrome) ]
지구 빙하기 200년.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은 인간들 사이에서
아주 드물게 체온보다 더 차가운 색을 품고
태어나는 존재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에
서리가 덮이듯 은백색으로 옅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사람들은 이 미지의 증상을
‘서리증후군(Frost Syndrome)’ 이라 불렀다.
서리증후군은 치명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머리에서 시작된 서리가
천천히 온몸으로 번져가는 것이다.
서리가 온몸을 덮으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데,
이를 ‘화이트아웃’이라 부른다.
[ 프로스트 키즈(Frost kids) ]
서리가 몸으로 퍼지기 전에-
그래서 하얗게 타버리기 전에-
그들은 서로를 웅켜 안았다.
이는 강제적이거나 희생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포옹은 서로에게 더 많은 서리가 끼지 않도록
녹이는/녹여지는 일이었다.
포옹은 나를 구원하는 일이자 너를 구원하는 것.
서로 얽힌 모습은 기생한 것이 아닌
서로를 구하고자 하는 애절함으로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껴안으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무리가 되었고,
사람들은 이 특별한 공동체를 Frost Kids라 부르기 시작했다.
’YOONA‘
빙하기 299년 출생
서리증후군(Frost Syndrome)을 가지고 태어남.
'YERIM'
빙하기 300년 출생
프로스트키즈(Frost Kids)의
*화이트아웃 헌터(Whiteout Hunter)
: 생명이 희미해지며 ‘백색 소실(whiteout)’ 현상이
일어날 때 그 흔적을 추적하는 자.
Ep 1.
정수리에서 시작된 서리는
지금, 윤아의 몸 전체를 덮고 있다.
오롯한 피부는 오른손 뿐이다.
숨을 내쉬면 따듯한 입김이 아닌,
파편 같은 냉기가 새어 나온다.
어린 시절 엄마엑 차가운 날씨의 증거라며 보여줬던,
하-하 불던 그 따듯했던 입김이 그립다.
화이트아웃이 곧임을 윤아는 직감한다.
뛴다.
시야 가장자리가 하얗게 번진다.
윤아는 오른손을 움켜쥔다.
남아 있는 마지막 체온을 지켜내기 위해
윤아는 필사적으로 숲 밖을 향해 뛴다.
악.
짧은 비명과 함께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윤아는 넘어졌다. . ..
Ep. 2
예림은 출근 전
집 앞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
따듯한 라떼를 마시고 있었다.
“악.”
찬바람을 가르며 짧게 찢긴 소리.
예림의 티타임이 끝났다.
분명 누군가 하얗게 질렸음을 직감한다.
카페를 뛰쳐 나와 근처 가장 높은 구조물로 올라간다.
화이트아웃 헌터 전용 망원경을 꺼낸다.
설원 너머, 시야 끝 눈보라 사이로
하얀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른다.
곧장 시동을 켠다.
부아아앙,,,!
서로를 발견한 순간
주저없이 펼쳐지는
네개의 팔, 20개의 손가락.
서로를 꼬옥 안았다.
체온이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군데군데에
손바닥을 꼬옥 가져다 댔다.
기적처럼 얼어붙을 듯한 몸에서
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따듯하다. 윤아가 생각했다.
얽힌 머리카락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입에서도 미지근한 입김이 날 것만 같다.
화이트아웃의 흔적은 남았지만, 윤아는 괜찮다.
예림의 살과 체온이 느껴지는 것으로 충분했다.
‘적어도 포옹이 끝나기 전까지,
온기는 우리 사이에 머물거야.’
예림이 안도하며 말했다.
너무 뛰어오느라 숨이 찼지만,
윤아에게 그 숨을 나눠줬다 생각하니
아깝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바람 소리는 그대로 날카롭고
공기는 여전히 시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냥 아직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